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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읽거나 쓸 때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분석하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내며, 내 삶의 목적을 위해 그 문장을 도구처럼 사용하곤 합니다. 저의 경우 성경을 대할 때도 이러한 태도가 불쑥 고개를 듭니다. 성경을 읽고 또 필사하며 말씀을 묵상할 때 성경을 내 상황에 맞춰 말씀을 자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제 자신을 경계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성경을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나를 읽고 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성경을 읽고 쓴다.’는 말은 주어가 ‘나’ 입니다. 이는 나의 이성과 생각이 성경의 권위보다 앞서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경의 말씀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하여 내 행동을 정당화하는 무기로 삼거나, 단순히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입니다. 이때 성경은 내 손에 쥐인 붓에 불과하며, 내 삶이라는 도화지에 내가 원하는 그림만을 그리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반면, ‘성경이 나를 읽고 쓰게 한다.’라고 주어를 수정한다면, 이는 성경에 대한 철저한 자기에 대한 비움과 순종을 보여줍니다. 성경이라는 거룩한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저자가 되고, 나 자신은 그 저자의 손에 붙들린 부드러운 붓이 되는 과정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삶의 여백 위에 친히 당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시도록 나의 의지와 계획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사용하실지에 대한 기대와 두근거림을 가지고 성경을 읽고 쓰면서 말씀을 묵상해 봅니다.
소병철 선생님